중국에 한류콘텐츠 수출 실패한 사연 (1,800자)

취재원 한 명이 중국 플랫폼 업체에 한국 웹툰을 라이선싱하려던 사업을 3년만에 사실상 접었다. 표면상 지난해 정부의 한반도 사드 배치 강행이 악재였다. 불가항력의 외부 변수가 발목을 잡지만 않았다면 양측이 만족할만한 사업을 키울 수도 있었다. 달리 보면 국제 정세를 영리하게 이용하는 중국 기업의 일면도 보인다. 재구성한 사연을 기록으로 남긴다. 편의상 이 취재원을 ㄱ씨, 플랫폼 업체를 ㄴ사로 쓴다. 이하 내용은 ㄱ씨의 설명에 의존한 것이고, 사건 진행 시점은 실제와 꼭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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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THAAD 갤러리]
ㄱ씨는 2014년부터 중국 한국 웹툰을 ㄴ사 플랫폼에 소싱하는 사업을 준비해 왔다.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현지서 온라인 만화라고 하면 제책된 출판만화(코믹스)를 디지털로 옮긴 것만 알았다. 그와 웹툰이 어떻게 다른지는 커녕 뭔지도 잘 모를 때였다. 웹툰이 뭐고 그걸 원작 삼은 드라마와 영화 성공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등을 알리고 이해시켜야 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2년간, 그사이 2015년에는 현지 법인도 세우고, 종종 중국 출장을 다니면서 ㄴ사와 실제 공급계약 체결까지 진행했다. 한국 웹툰 전용관을 ㄴ사 마켓플레이스 메인영역에 신설하는 내용이었다.

ㄱ씨로부터 계약 추진 일정이 어떻게 확정됐는지는 전해 듣지 못했다. 다만 계약 체결 후 한 달만에 한반도 사드 배치 소식이 불거졌다. ㄴ사 쪽에서, 사드 배치 움직임으로 현지 반한정서가 심화됐다는 걸 빌미로 느닷없이 불합리한 조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지금 한국 콘텐츠 사업하기엔 우리 위험이 크니까 정 일을 진행하고 싶으면 지불할 콘텐츠 라이선스료를 (손해 없는 수준으로) 낮추자”는 식이었다. ㄱ씨에게 손해를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수용할 여지가 없었다. 그 때부터 ㄴ사와의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가 됐다.

그후 1년을 좀 더 넘긴 지난주 ㄱ씨를 다시 만났다. 그에게 사업 현황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지난해 사태 초기엔 당시 정부가 배치를 철회한다든지,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젠 기다려서 될 일은 아니었다고 본단다. 최근 1년간 여러 케이스 중 반한감정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수익을 낼 수 있으면 한중 협력 사업이 진행된 사례가 없지 않았단다. 확실성이 있었다면 ㄴ사와의 계약도 어떻게든 이행됐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ㄴ사는 통신업종 기업이다. 규제가 강한 업종 특성상, 국제정세 핑계를 대기 좋은 조직이다.

통신사와 협력하려 한 ㄱ씨의 3년 전 선택을 탓할 수는 없다. 그는 독자 대신 플랫폼 업체를 통해 수익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었다. 다수 독자가 웹툰이 뭔지도 모르는 시장에 나가서 과금모델과 결제시스템을 만들고 직접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하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통신사에게는 인터넷에 광고를 붙이지 않고, 가입자에게 데이터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이미 주어져 있다. 이는 ㄱ씨같은 콘텐츠 제공자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그리고 이를 라이선스하는 통신사는 강력한 회선 가입자의 데이터소비 촉진 수단을 얻게 된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사드 배치가 철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내일이라도 철회되면 ㄴ사와 ㄱ씨의 딜이 급진전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ㄱ씨 말에 따르면 지난 1년새 현지 웹툰 관련 시장이 꽤 커졌다. 웹툰이 뭔지도 몰랐던 3년 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독자들의 서비스 이해도도 높아졌다. 이제 와서 한국 웹툰을 신선한 소재로 인식시키기 어려운 시점이다. ㄱ씨는 사드 배치가 진행된 1년간 ㄴ사 쪽과 계속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실제 진행된 것 없이 담당자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이제 그는 중국 대신 다른 나라에서 시장 기회를 찾고 있다.

170919 첨언. 이 글은 픽션이므로 현실과 혼동하시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