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웨어인가, 멀웨어인가 (2,000자)

malware를 쓸 때 가장 고민되는 건 표기법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읽는 것 같아서다. 누구는 ‘말웨어’라 하고 누구는 ‘멀웨어’라 하고 누구는 ‘맬웨어’라 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기분 따라 고를 수야 없는 노릇이다.

아직 편집국에 통일된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래서 그간 개인적으로는 꼭 써야 할 땐 고유명사표기를 제외하고 malware를 맬웨어라 썼다. 한국어 보도자료의 멀웨어도 번거로웠지만 다 맬웨어로 고쳤다. 표기법상 맬웨어가 옳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피처 이미지
[사진=PIxabay]
문득 이 표기법이 옳은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17년 8월 4일 국립국어원 ‘묻고답하기’ 게시판에 질문글을 올렸다.

(제목) malware를 표준외래어표기법으로 쓰려면
안녕하세요.

악성소프트웨어를 뜻하는 영단어 malware를 표준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쓰려면 어떻게 표기하는 게 옳을까요?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용례와 질의응답 게시판 내용에서 이걸 찾을 수 없어 글 남깁니다.

일단 저는 malware가 해로움을 뜻하는 접두사 mal- 에 소프트웨어의 -ware를 결합한 조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영어에서 일반적으로 의미를 갖는 형태소가 합성어에서 강세를 갖는다고 알고 있고요. 따라서 mal-의 1음절 강세를 인정하면 malware를 외래어로 쓸 때 ‘맬웨어’라 표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캠브리지대학교 온라인사전 malware 항목[1]에 안내된 발음기호(ˈmæl.weər(영)/-wer(미))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1] http://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malware

하지만 국내 언론보도, 기업, 전문가, 일반인이 사용하고 있는 표기와 발음은 일관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맬웨어’라 읽고 쓰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요. 체감되는 비율로는 ‘멀웨어’라는 표기와 발음을 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일부는 ‘말웨어’라 읽고 쓰기도 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외래어를 악성소프트웨어, 악성코드, 악성프로그램 등으로 순화해 쓰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악성이라는 어휘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외래어가 아닌 말로 나타내기는 사실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malware라는 단어가 갖는 구체성 때문에 이 표현은 앞으로도 많이 널리 꾸준히 오래 쓰일 것 같습니다.

국립국어원 담당자분께서 이 글에 답변을 통해 malware라는 단어의 외래어표기법에 맞는 한글표기를 상세한 판단근거 및 과정과 곁들여 설명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앞서 제시한 ‘맬웨어’ 표기에 관한 추정이 옳지 않거나 다소 어긋난 부분이 있다면 그 점을 함께 지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틀 뒤인 2017년 8월 6일 ‘지금은 곤란하다 좀 더 기다려 달라’는 1차 답변이 달렸고, 질문을 남긴지 1주일만인 8월 11일에 저 아래처럼 제대로 된 답을 받을 수 있었다.

[답변]외래어 표기[2차 답변]

[2차 답변] 외래어 표기 담당자에게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아 덧붙입니다.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어 외래어는 원어의 발음에 영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malware에 대하여 롱맨 발음 사전, 케임브리지 사전 등 주요 사전에서 제시하고 있는 발음 기호 /ˈmælweə/에 근거하면 해당 단어는 ‘맬웨어’로 적을 수 있음을 안내하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요컨대 권위가 인정되는 사전에 실린 단어의 원어 발음이 맬웨어에 가깝다는 얘기였다. 담당자가 내 질문 당시 요구였던 판단근거 및 과정을 곁들인 설명을 생략한 점은 유감이다. 그러거나말거나, 한국에서 malware를 대부분 멀웨어로 쓰면서 문제 없이 소통한다면, 맬웨어가 아닌 게 뭐 대수랴.

아직 언젠가 외래어에 편입될지도 모르는 단어의 한글 표기를 아무 생각 없이 써댈 수 있나 싶은 걱정이 남는다. 언젠가 왜 멀웨어가 아니고 맬웨어로 썼냐고 질문에 사전상 원어 발음을 존중한 표기라 답할 수는 있겠다. 보도자료에 적힌 대로 썼다는 말보단 낫지 싶다.

170831 기자생활 만 8년을 기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