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아웃룩닷컴 쓰다 G메일로 회귀 (2,7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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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G메일을 10년 전부터 쓰다가,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닷컴(구 ‘핫메일’)으로 바꿨다가, 최근 다시 G메일로 돌아왔다. 아웃룩닷컴이 오피스365 클라우드 시스템에 통합, 개편돼 사용자인터페이스와 주요 기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뀌기 전보다 꽤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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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JUNK MAIL’이라 표시된 우편물 투입구. [출처=Pixabay]
전에도 한 얘기지만 장기보관 중인 이메일 메시지가 많다. 업무 메일은 무조건 회사 계정을 통해 들어오는데, 용량이 얼마 안 돼 영구 보관할 수 없다. 아웃룩닷컴에 모든 업무 메일을 모아 분류해 두고 보도자료와 같은 첨부파일 용량이 큰 메일을 G메일에 두곤 했다.

메일 처리 흐름은 크게 1차(회사계정)-2차(아웃룩닷컴)-3차(G메일)로 나뉘었다. 이 방식에서 아웃룩닷컴의 메일 자동 분류(필터) 기능이 핵심이었다. 모든 업무메일을 POP3 프로토콜로 가져와, 미리 설정한 필터를 통해 대다수 메시지를 적당한 폴더에 담는 역할을 했다.

아웃룩닷컴이 일반 업무 및 일상생활 관련 항목으로 분류한 메시지는 계속 아웃룩닷컴에 보존됐다. 아웃룩닷컴은 G메일처럼 저장공간 상한선 없이 서서히 늘어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점유용량 증가세가 일정수준 이하면 이론상 무제한으로 메일을 보관할 수 있었다.

다만 보도자료의 첨부파일 크기는 워낙 커, 아웃룩닷컴 용량 증가속도는 그걸 절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웃룩닷컴이 보도자료로 분류한 메시지만 G메일에 보냈다. 셈해보니 최근 10년간 쌓인 메시지 크기는 아웃룩닷컴에 5GB 정도, G메일에 48GB 정도였다.

아웃룩닷컴 메일을 G메일로 옮길 준비를 했다. 썬더버드 앱에 아웃룩닷컴과 G메일 계정을 IMAP으로 연결했다. 웹에서 G메일 설정에 들어가 아웃룩닷컴에 지정했던 모든 폴더 구조를 흉내내어 ‘라벨’로 만들었다. 아웃룩닷컴에서 쓰던 필터를 G메일에 재구성했다.

아웃룩닷컴 폴더 구조를 흉내내어 G메일 라벨로 만들긴 쉽다. 다만 기존 필터를 G메일로 가져오기가 까다롭다. 두 메일시스템에서 메시지를 자동 분류하기 위한 논리적 조건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과 제약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는 시행착오가 필요한 부분이다.

옮길 준비를 한 뒤 메시지를 실제 옮기는 건 단순했다. 썬더버드에 등록된 아웃룩닷컴 계정을 열고 각 폴더의 모든 메시지를 선택한다. 마우스 오른쪽 단추를 눌러 뜨는 메뉴에서 복사를 선택하고, 그 폴더와 동일한 G메일의 라벨을 찾아 복사할 목표 위치로 지정한다.

그리고 복사가 끝나길 기다린다. 끝나면 해당 아웃룩닷컴 폴더 경로의 모든 메시지가 목표한 G메일 라벨 메시지로 복사됐는지 확인한다. 기존 아웃룩닷컴에 만들었던 폴더 분류 항목 수만큼 이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나는 이 과정을 총 12번 반복했다. 12번 반복한 이유는 물론 12가지 분류의 메시지를 옮겼기 때문. 일상생활 관련 메일 분류 4가지가 있고, 업무관련 메일 분류 7가지가 있고, 내가 작성해 보낸 메일을 보관하는 분류 1가지가 있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썬더버드 메일 앱에서는 복사를 마친 뒤 ‘x건의 메시지를 복사했다’고 표시한다. 이 x는 아웃룩닷컴의 해당 폴더에 있는 모든 메시지 수와 일치했다. 그런데 정작 목표 지점인 G메일의 라벨 분류에 들어가보면 메시지 수가 x건이 안 된다.

옮기면서 메시지 수가 준 것이다. 업무관련 7가지 폴더는 각각 4549→4394, 2612→2457, 215→213, 1138→1136, 7258→ 6812, 596→583, 3531→3391. 일상관련 4가지 폴더는 각각 7294→2477, 3549→3458, 1237→1204, 443→437. 내가 보낸 메시지는 4716→4233.

짐작된 원인은 한 가지였다. 옮기기 전 아웃룩닷컴에 저장된 메시지는 중복이 많았다. 실제로 제목, 내용, 발신자, 수신자, 수신시각 등이 일치하는 메일이 여럿 있었단 뜻이다. G메일은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중복을 스스로 걸러내는 듯했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정리하면 아웃룩닷컴에 보관했던 메일 메시지 3만7138건을 G메일로 모두 옮겼고, 그 과정에서 G메일이 중복을 스스로 걸러낸 결과 3만795건이 저장됐다. 기존에 G메일에 저장된 메일 38860건과 합쳐졌다. 이제 G메일엔 메시지 6만9655건이 들어있어야 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G메일에서 실제로 삭제되지 않은 모든 메시지를 표시해 주는 ‘전체보관함’이라는 라벨에, 내 계정에는 통합 이후 저장된 메시지가 6만8345건으로 표시됐다. 메시지 수에서 또 1310건이 빈다. 오차라고 하기엔 좀 많다.

G메일로 옮기기 전에, 다른 여러 경로에 저장됐지만 실은 동일한 메시지가 저 수만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폴더 방식에선 같은 메시지가 여러 건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반면 G메일 라벨 방식에선 1건으로 계산된다. 이럴 가능성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한 메시지 수가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점은 퍽 찜찜하다. 감수할 뿐이다. 그만큼 아웃룩닷컴이 불편하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다. 이미 과거 G메일에서 아웃룩닷컴으로 바꿀 때 메시지 수가 막 불었다. 이번엔 반대지만. G메일의 라벨 기능 탓일 게다.

이제 적응할 일만 남았다. G메일을 먼저 썼지만 업무에 웹메일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건 최근 몇년 사이인데, 그 기간중엔 아웃룩닷컴이 더 요긴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메일을 뉴 아웃룩닷컴으로 개편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G메일로 되갈아탈 일은 없었을 것이다.

170402 옮김.